지난 겨울 저의 바질 5남매들이 작은 방에서 월동에 들어갔습니다. 화분 물구멍으로 심지를 늘어뜨린 심지저면관수를 여전히 유지했었고, 식물등을 9시간씩 켜 주었고, 선풍기를 오전 오후에 한시간씩 돌려주는 다소 빈약하지만 나름대로는 스마트시스템을 갖춘 방이었어요.
따뜻한 방안에서 부족한 광량으로도 조금씩 자라주던 기특한 아이들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파스타를 삶던 식집사가 근근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반질이들의 잎을 뚝뚝 끊어다가 바질 생잎을 올린 오일파스타를 만들었다지요.
식구들이 반 강제로 바질의 향을 칭찬 해 주는 소리를 들으며 작은 방의 바질 두 그루가 전사해버렸습니다.
햇빛을 적게 본 식물은 생장점을 자르면 생명줄을 놓게 된다는 슬픈 정보를 얻었습니다.
열흘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또 하나의 반질이가 과습으로 전사했고, 이른 봄햇살을 받으라고 베란다로 이사를 시켜 준 날 밤 또 하나의 반질이가 냉해를 입어버렸... ㅠㅠ
이제 단 하나의 월동 반질이가 남았습니다.
파리한 줄기에 영양가 없는 색깔의 시든 잎이 참으로 가련해 보이지만 화이팅 응원을 받으면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베란다에서 작년 가을 싹을 틔운 케일이 꿋꿋하게 자라주었습니다.
틈날때마다 화분에 옮겨 심었던 대파 밑동과 양파 뿌리도 쑥쑥 줄기를 올리면서 자랐구요.
베란다는 한여름보다는 한겨울에 쌈채소를 키우기가 수월한 것 같습니다.
오래된 김치통을 물통으로 삼아서 심지화분을 올려두면 물주기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천천히 자라면서 한겨울에도 미소가 지어지는 초록빛 잎사귀들을 보여주더니 봄이 되자마자 부쩍 커진 잎사귀들로 한 끼의 밥상을 훌륭하게 꾸며주곤 합니다.
작년을 떠올려보면 이대로 5월까지 제법 풍성한 쌈채소를 매 주 한번씩 수확했던 것 같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면 더 이상 수확이 의미가 없어지는 쓴 맛 채소가 되어버리니 지금부터 한달 반이 베란다 수확의 적기입니다.
또 다른 한쪽 편으로 상추, 오이, 토마토, 호박, 고추 싹을 틔우고 매일 조금씩 자라는 싹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3월의 베란다는 소리없이 분주합니다.
요나요나
프리스타일 텃밭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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