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정적인 책 왜 보니?
기니피그22. 10. 28 · 읽음 170

이런 선정적인 책 왜 보니?


고3때 개학을 하고 며칠이 안되어서 담임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

내가 읽고 있었던 책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이었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그 때 알았다.

담임 선생님을 잘못 만났다는 것을,,


상실의 시대는 고2때 학교 사서 선생님께서 선물해주셨던 책이었다.

평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선물이었다. 당시에도 명작으로 손에 꼽히던 책이었는데 이런 문학 작품에 “선정적”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가을은 책을 읽는 계절이기에 오랜만에 상실의 시대를 꺼내보았다.

사실 오랜만은 아니다. 지난 여름 내내 다시 정주행을 했었다.

 

처음 선물 받았을 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읽는걸 포기 했었다.

근데 성인이 되고 나서 학교와 본가를 오갈 때에 ktx에서 찬찬히 읽다보니 술술 읽히는 것이었다.

처음 읽고 나서 여운이 짙게 남아 한 동안은 상실의 시대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이번 여름,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 책을 빌려주었다. (현재는 남자친구가 되었음)

나는 평소에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문장이 있으면 표시를 해두곤 했다.

표시를 한 사실을 잊은 채 심심하다는 친구에게 빌려주었는데, 돌려 받았을 당시 책의 밑 부분에도 작게 접힌 표시들이 상당 했다.


 


위에는 내가 접은 부분들, 아래에는 그 친구가 접은 부분들.

뭔가 좋아하는 것들을 서로 공유하다보니 끈끈한 무언가가 생겼던 것 같다.


좋아하는 구절을 몇 개 소개해보자면,


 


밑줄 그은 부분이 무엇인가 표현이나 단어 선택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을 고르라고 하면 top3 안에 드는 부분 !


 


이건 그 친구가 접어 놓은 부분 중 한 곳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 표현은 뭔가 알 수 없는 몽롱함과 허무함 등이 전달 되는 듯 싶다. 머릿 속으로 상상이 되기도 하지만 되지 않는.


상실의 시대를 제대로 읽고 난 후, 일본 문학이 내 취향임을 확신케 한 책인 듯 싶었다. 물론 번역을 잘 한 것도 있겠지만 나는 해변의 카프카, 상실의 시대, 냉정과 열정사이 처럼 유독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가을인데다 오늘따라 책꽂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책을 오랜만에 꺼내어 보니 고등학생 시절도 생각이 나고 지난 여름 날도 생각이 나는 듯 하다. 짧은 가을을 이렇게라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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