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개나리의 계절은 이제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온화한 봄햇살에 이끌려 산책길에 오르면 베란다 정원이나 집안에 놓인 식물과는 또 다른 매력의 꽃과 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요즘 우리 주변에 가장 눈에 띄는 (혹은 곧 존재감이 뚜렷해질) 꽃과 나무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랏빛 향기 수수꽃다리
먼저, 수수꽃다리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라일락과 거의 구분이 힘들다고 해요. 수수꽃다리는 꽃차례 모양이 수수 이삭과 비슷해 '수수꽃이 달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꽃봉오리 모양이 꼭 못머리처럼 생겼기에 '못 정'에 '향기 향'자를 더해 '정향'이라고도 부릅니다. 꽃말이 '우애'라고 하니 정답죠? 라일락 잎사귀를 접어 씹으면 살짝 쓴 맛이 올라오는데 쌉싸름한 첫사랑의 맛과 닮았다나요? 그래서 '첫사랑'이라는 꽃말도 가지고 있답니다.
명약의 원료 조팝나무
봄인데 나뭇가지에 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가 있다면 분명 조팝나무일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눈버들'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조팝나무와 이팝나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직한 덤불처럼 보이는 것이 조팝나무, 가로수로도 쓰이는 키큰 나무가 이팝나무입니다.
조팝나무는 영어로는 'Bridal Wreath(신부의 화관)'이라고 하는데, 조팝나무 가지를 꺽어 둥글게 말아주기만 하면 화관 뚝딱 완성입니다!
조팝나무는 '좁쌀로 지은 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붙은 것이라고 하니, 굶주린 나머지 꽃마저 밥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우리 조상들의 애처로운 생활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밥 한 번 먹자'가 인사인 우리들의 밥 중시 문화는 나무 이름에도 묻어나는 것 같네요.
진통제 아스피린 아시죠? 조팝나무는 해열제, 진통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버드나무와 함께 아스피린의 원료가 된다고도 합니다. 꽃만 아름다운 나무가 아니라 우리 인류에게 명약을 선사한 귀한 나무였네요.
차라리 흰쌀밥을... 이팝나무
남부지방에서는 5월초 가로수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요, 이것이 이팝나무입니다. 꽃말도 참 좋은데 '영원한 사랑' '자기 향상'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Fringe tree'라고 하는데 하얀 술 장식이 달린 나무라는 뜻이래요.
우리 문화에서는 이팝나무 꽃 역시 흰쌀밥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예전에 양반가를 대표하던 이씨만 먹을 수 있었던 하얀 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밥나무'라고 했다가 점차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팝나무 꽃이 절기상 입하 무렵에 피기 때문에 '입하나무'라고 불렸다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요.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나요?
이팝나무 꽃이 피는 시기가 송홧가루, 버드나무 종자가 날아다니며 꽃가루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와 겹쳐 많이 오해를 받지만, 꽃의 구조상 꽃가루가 밖으로 날아가기 힘들어 알레르기 피해는 주지 않는다고 해요.
사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소나무나 버드나무 등 풍매화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나무를 조심하시는게 좋습니다. 알면 더 사랑하게 되는 나무 이야기, 여름이 되면 우리 주변의 여름 나무들로 다시 찾아올게요.
온유한식물누나
안녕하세요? 늘 온유하게 살고 싶은 식집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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