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의욕적으로 파종을 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이름표도 붙여가면서. 그런데 도통 싹이 나오지 않았다.
일기에도 썼지만 무려 3월 29일에 파종을 했는데 푸꾸옥으로 떠나는 4월 8일까지 전혀 발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나는 토마토와 인연이 아니구나, 적환무를 신청할걸. 미련을 놓지 못해 이렇게 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여행이나 가자. 하는 마음으로 캐리어를 들고 집을 나섰다.
여행 2일차까지는 사실 아무생각이 없었다. 베트남의 어마무시한 더위와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되어 거의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에 취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일차, 서서히 주변에 야자수와 꽃들이 보이면서 우리 집에 있는 식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식물 도사님 같은 친정엄마께 부탁을 하고 왔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했다.
그리고 어제 집에오자마자 식물들상태를 확인하고 5일간 햇빛을 못보았을 녀석들을 위해 블라인드부터 걷었다. 친정엄마가 물을 주신것 같은데도 베란다가 워낙 더워서였을까, 플록스는 거의 늘어지기 직전이고 이제 혼자 남은 우리 라필라는 지는 꽃과 피는 꽃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과 가관의 사이쯤에 놓여있었다. 물을 듬뿍 주고 선풍기도 틀어주고, 대망의 토마토씨앗이 있는 상자를 열어보니..
으악!!!!!!!!!!!!!!!!!!!!!!!!!!!!!!!!!
나왔어!!!!!!!!!!!!!!!!!!!!!!!!!!!!!!!
단 하나였지만 정말 기뻤다. 누구 화분인가~봤더니 요새 미니특공대 볼트 캐릭터에 빠진 우리 아들 화분이었다. 그런데 오잉? 하나가 더있었다. 그것도 아들의 슬릿분이었다. 아들이 파종한 두개의 씨앗이 다 발아를 한것이다. 오아. 우리 아들 발아율 100%! 기특하다!
히히 이쁜녀석. 언제 이렇게 키가 큰거야~~그런데 사고가 발생했다. 내가 이 귀한 화분을 청소기 돌리다가 엎어버린것이다. 망했어 망했어..결국 나는 토마토 키울 팔자가 아닌게야..하고 쓸어담는데 다행히 흙만 많이 쏟아지고 녀석이 서있는게 아닌가. 그래! 이참에 가운데로 다시 심어보자. 싶어서 가운데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그리고 아직은 상태가 괜찮다. 진짜 다사다난하다. 수많은 식물을 키워봤지만 토마토라 그런지 진짜 긴장의 연속이다.
이제 허리를 보여준 볼트 2호. 빨간색 머리가 보이는걸 보니 빨간 씨앗이었나보다. 어여 고개를 들어줘~~!!
참 신기하다. 볼트만 발아를 하다니. 볼트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 설명을 해보자면 미니특공대(우리 시대로 치면 백터맨, 파워레인저, 뭐 등등 건담..정도 되겠다.)에 나오는 볼트는 다섯명의 지구를 지키는 전사들중에 대장이다. 미니특공대가 시리즈가 엄청 많은데(애니멀트론, 최강경찰, 최강의 전사 등등) 다른 멤버는 바뀌어도 볼트는 대장이라 바뀌질 않아서 그런지 우리아들 최애 캐릭터이기도 하고 온 마음을 빼앗긴것도 모자라 요새 우리 아들은 나중에 커서 볼트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하하하하..-_-
문득 아들이 볼트와 같은 마음으로 심어서 이 녀석들도 자신들이 대장이 되려고 먼저 발아했나, 하는 유아틱하고 어이없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녀석들이 진짜 만화속 볼트처럼 강하고 꿋꿋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진짜 주렁주렁 열리고도 남을 정도로!
마지막으로 그림일기..이 일기 몇줄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펜을 안잡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손으로 글씨 쓰는게 어찌나 어색한지 몇번이나 손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조절하느라 힘들었다. 그래도 다 쓰고나니 별거 아닌데도 괜스레 뿌듯하기도 하고..앞으로 일기 쓸일이 많아져서 점점 손으로 쓰는 글에도 익숙해지길 바라본다. 이상 끝!
파초청녀
커피를 사랑하고, 환경지키는것에 관심이 많으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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