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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프로젝트 / 봄의 향연
말희24. 04. 17 · 읽음 51

괴산곡우 (穀雨) 

곡우에 비가오면 풍년든다 

 

곡우는 24절기 중 하나이자 6번째 절기에 속하며 봄철에 존재하는 마지막 절기입니다. 매년 4월 20일을 기준으로 하며 청명(淸明) 다음으로 15일 이후에 나오게 됩니다.  봄비가 내려서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를 가졌다고합니다.

 

 

 

우리집 꼬마 농부 

 

 

 

지난 겨울 시금치 

 



지난 주말 해가 머리 꼭대기에 쨍쨍 비치며 옷소매를 짧게 하더니 이번 주 시원한 비소식으로 시작해 찬기운이 돌게 하네요. 풍년을 예상합니다. 

4월은 주말마다 아이 손을 잡고 아버지의  텃밭을 나갔습니다. 씨앗과 모종을 심고 터를 가꾸는 일은 모두 아버지 몫이라 가서 하는 일이 거의 없네요. 흙 한 번 밟아주고 비료 냄새 고약하게 맡아주고 더운 날씨며 괜시리 물 한 번 더 뿌려주면서 아이와 조금씩 자라나는 생명을 관찰합니다. 

벚꽃 흐날리는 날에는 자라는 새싹들 사이로 꽃입이 그림을 그려 놓았어요. 

아버지와 함께 심은 씨앗은 시금치, 달래입니다. 그리고 한 고랑 나눠주신 곳에 언니가 씨 뿌려 싹이 한 참 나고 있는 곳엔 로즈마리, 세이지, 아니스, 카모마일, 차이브, 마가렛 꽃씨들과 로메인 상추, 바질, 루꼴라들입니다. 

한 고랑이지만 아주 알차지요? 

갈 때마다 아기 새싹들이 모여서 자라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습니다. 

얼추 자란 아이들은 솎아내고 옆 자리에 심어주는데 조심 조심, '건강한 아이들만 잘 살아남겠지...' 하는 마음으로 옮겨심기를 해주었습니다. 

 

 

 

 

 

 

 

 

 

 

소박하나 소중한 농부일지 

24년 3월 25일 씨앗 파종 

로즈마리, 세이지, 아니스, 카모마일, 차이브, 마가렛, 로메인 상추, 바질, 루꼴라

24년 3월 31일 씨앗 파종 

지난 해 시금치 남은 것을 뽑아 정리한 후 데쳐서 무침을 먹었다. 다듬으니 한 줌 안되지만 여들여들 맛 좋다.

잡초도 정리하고 흙을 골아서 다진 후 다시 새로운 시금치 씨앗 파종 

루꼴라, 로메인 상추가 가장 먼저 발아했다. 

24년 4월 7일 텃밭에 물주기 

물주는 주기는 없고 주중에 물담당은 아빠 주말엔 우리 

24년 4월 9일 베란다 텃밭 속 작은 텃밭에 파종 

먹고 남은 파프리카와 대저 토마토 씨앗을 화분 대신 주머니 텃밭에 심었다. 

지난 2월 심은 파프리카 모종이 아직도 손가락 마디 하나라 반신반의 마음으로 심고 올 해 처음으로 구매한 대저 토마토도 너무 맛있길래 심어보았다. 

24년 4월 11일 새싹이 자라나다 (새싹 관찰일지는 다음에)

24년 4월 13일 잔여 농지를 발견 밭을 새롭게 일구기 

언니가 밭에가서 쌓여있는 철근을 옮기고 땅을 다지고 비료를 주어 작은 밭을 새롭게 만들었다. 

24년 4월 14일 달래, 딸기 씨앗 파종

지인이 달래 씨앗을 주어서 새로운 작은 밭에 15개 남짓 파종했다. 

베란다 텃밭엔 부여에서 따온 딸기가 물렀길래 씨를 도려내어 심어보았다. 과연...싹을 틔울것인가. 

24년 4월 16일 베란다 텃밭에 싹이 남 

 

 

 

 

달래 파종

 

제법 큰 도움

 

 

베란다 작은 텃밭 

 

 

 

 

 

봄의 향연 

4월이 이토록 화려했던가요. 벚꽃이 자목련과 라일락에게 매력순위로 밀렸습니다. 벚꽃은 무척이나 대중적이고 트렌드인 것 같아요. 저는 흰목련에 비해 자목련이 더 늦게 피고 화려하게 막을 내리는 것을 올 해 유난히 그리고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라일락은 저에게는 고향의 향수같은 것이고요. 

20년 넘게 살았던 동네에서 항상 봄 밤에는 라일락 향기가 짙게 퍼졌습니다. 산책하는 길, 귀가하는 길의 행복을 주었지요. 지금 사는 동네에도 아파트 단지 내 숱한 나무들 사이에서 향기로 뽑냅니다. 

 

 

 

 

 

 

일터 식구들과 며칠 사이에 부여와 괴산 농산지를 방문했습니다. 

부여는 왕복 9시간이라는 긴 여정으로 힘이들었지만 농부님들이 차려주신 귀한 밥상을 대접받아 얼마나 행복했는지요. 마치 친정에 온 기분입니다. 

양송이 버섯 재배 현장을 돌아보고 딸기 농장에서 딸기를 따서 먹고 몇 박스 담아왔습니다. 

그 곳에서 따먹은 딸기 맛은 왜 집까지 오지를 못하는지요. 

괴산을 가는 아침부터 집에 도착해서 까지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니 밭에 심은 씨앗들 생각도 났고요. 

괴산은 일손돕기를 하러 가서 파를 다듬다 왔습니다. 

 

 

 

 

 

 

 

 

 

 

 

 

 

꼬마들의 정원

 

 

스스로를 농부라기엔 너무 하찮습니다. 주변에 프로 농부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도 농산지에 가서 터를 구경하고 하시는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무엇보다 농부 손에 자란 것들로 지은 밥상을 먹는 일은 어느 호텔 디너에 비할 길 없습니다. 

아직 작은 씨 뿌리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살피는 초초초 초보 농부지만 이토록 화려한 4월, 봄의 향연을 한껏 만끽할 줄 아는 이로 시작해봅니다. 

모두의 정원과 밭에 봄의 향연이 넘치도록 펼쳐지시길요! 

 

 

 

 

 

 

 

식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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