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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에 대한 호기심
코케허니24. 04. 24 · 읽음 124

 

 

어려서 부터 유난히 민들레 홀씨를 좋아하던 아이. 

자기 입김으로 솜털같은 홀씨에게 자유를 안겨주는 것을 좋아했다. 

봄만 되면 화단에 보이는 모든 민들레 홀씨들을 꺾어서는 양볼 가득 바람을 넣어 최선을 다해 홀씨들을 날려보내곤 했다. 

어제도 어김없이 아이의 눈에 노란 민들레가 들어왔다. 

꾀나 번화한 시장통 골목길, 좁은 틈 사이를 삐집고 올라온 한송이 노란 민들레.

누가 심어놓은 것이 아닐진데, 이 녀석도 우리 딸아이가 같은 누군가의 입김에 여기까지 불어와 하필 좁디 좁은 돌틈 사이에 내려앉은 모양이다. 

아이는 노란 민들레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 옆에 하얀 홀씨에 보고는 무심히 툭 꺽어냈다. 

그리고 버릇대로 양볼 가득 바람을 잔뜩 집어넣었다. 

순간, 아이의 팔을 잡았다. 

 

"딸, 여기서 홀씨를 불어주면 씨앗이 아스팔트 위에 내려앉을거야. 그럼 다시 꽃으로 태어나기 힘들텐데. "

 

아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민들레 홀씨들의 생명력이 피어나지 못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었나보다. 

한껏 불어넣은 볼에 바람을 뺴고는 씨앗들이 내려앉을 수 있는  흙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 골목 안에는 이렇다할 화단 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민들레 홀씨를 들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바람이 강하게 불어댔다. 

요즘 아이들이 푹빠진 배드민턴도 바람때문에 치지 못해 울쌍이었는데 야속한 바람은 아이 손에 든 민들레 홀씨 마져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을듯한 아이를 달래고 민들레 홀씨를 다시 보니 한개의 민들레 종자가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엄지와 검지로 붙잡아서는 집까지 왔다. 

집에 심어야겠단다. 

갑자기 민들레 홀씨에게 자유를 주겠다던 마음이 → 종자를 심으면 정말 민들레가 피어나는지 호기심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아이 엄지 손 위에 깨보다 작은 것이 민들레 종자다. 

 

그런데 겨우 한개의 민들레 종자를 심는다고 해서 꽃을 볼 수 있을까 싶었다. 

해서 집에 도착해 아파트 화단에서 민들레 홀씨를 좀 더 찾아서 충분한 양을 심어주기로 했다. 

헌데 당일 바람이 강하게 분게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 딸아이 같은 친구들이 아파트에 사는지 그 흔한 민들레 홀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날은 추가 민들레 홀씨를 얻지 못하고 다음 날을 기약했다. 

 

그리고 오늘.

밥먹고 건물을 돌며 산책하는 길에 화단을 보자 보자 미션이 떠올랐고 다행히 제법 많은 민들레 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민들레 홀씨의 모양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커다란 종이컵에 담아, → 냅킨으로 덥고  →  고무줄로 입구를 고정한 채로 집으로 이동

 

 

 

 

 

 

 

그리고 저녁. 

가져온 민들레홀씨를 열어서 집 베란다에 심어주기로 했으나, 심는가 맞나? 

원래 민들레 홀씨는 바람타고 날아가 어딘에 흙 위에 내려설게다. 

그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것이라면 두껍게 흙을 덮어주면 안될 것 같아서 자연을 흉내내 보기도 했다. 

홀씨들을 잡아 분리시켜 최대한 흙 위에 잘 내려앉히고 그 위에 그대로 물을 주었다. 

제법 많은 양의 홀씨를 한 군데 뿌려서 너무 많이 자랄까바 오히려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확률은 아주 높으려니 생각된다. 

 

 

 

민들레씨가 합방하게 된 도토리 나무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 민들레 솜털과 종자들이
잘 자라도록 마음을 담아 물을 주는 딸아이

 

 

 

과연 민들레홀씨로 노란 민들레 키우기가 성공할지 궁금하다. 

실패하면 어떠랴.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 가는 길,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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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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