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에는 깔끔하다고 써놨지만
은근 신경쓸 부분이 쏠쏠하게 있는 것이
테라리움입니다.
테라리움(terrarium)은
라틴어로 '흙'을 뜻하는 'terra'와
'작은 용기(그릇)'을 뜻하는 'arium'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즉, 유리병 속의 작은 생태계라고 할 수 있지요.
참고로
유리용기 속에 달팽이나 거미 등의 동물들을
식물과 함께 더불어 키우는 것은
비바리움(vivarium) 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닥... 다리 많은 애들과의 공생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테라리움의 기원이라면,
1800년대 초반에 어느 영국의 외과의사가
실험을 하겠답시고 유리병속에
나방 번데기와 흙을 넣고 뚜껑을 닫아놓고
한동안 방치해뒀는데요
그 흙속에 포함되어있던 양치식물의 포자가 발아해서
물도 안 주고 공기도 안 통하는데
몇년씩이나 알아서 잘 자라는 것을 발견한것이
테라리움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마치 뉴턴과 사과나무처럼
우연한 발견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정말이지
시대를 막론하고 대단한 일인것 같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그냥 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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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거실 한구석에서
틔운 미니의 빛나눔에 의지해
근근히 살아가던 여러개의 화분들을
뜨듯해진 봄바람에 힘입어서
베란다로 몽땅 옮겨두었습니다.
낮시간동안 따사로운 햇빛을 받는 화분들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자체가
저에겐 상당한 힐링타임인데요.
막상 몽땅 내다놓고 나니까
실내풍경이 영 삭막해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동 중에 흙 떨어질 염려도 없고
깔끔하고 시원한 분위기로 키울 수 있는
유리 테라리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사실 육아휴직 전까지는
그저 판매용으로만 제작해왔던것을
내 집에, 내 방에, 나를 위해서 만드는 작업은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저 저에게 남는 것은
완성작 사진 몇컷 뿐이었는데 말이죠ㅎㅎ
여하튼,
나도, 우리 가족도 제대로 즐겨보자 싶어서
다양한 컨셉으로 유리 테라리움을 제작해보았습니다.
먼저 테라리움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유리로 만든 밀폐 용기 속에 흙과 식물들을
적절히 식재해두고 뚜껑을 닫아 밀폐시키면,
투명한 유리를 통해 빛이 흡수되어서
점차 내부 온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면 식물의 잎과 흙 등에 포함되어있던
수분이 서서히 증발하고,
증발한 수분은 유리 용기 안쪽 표면에
방울방울 맺히게 됩니다.
점차 물방울이 많아지면 쪼르르 흘러내려서
흙과 식물에 수분이 제공됩니다.
식물이 광합성 중에 자가호흡 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원리로 수분이 생성되고 제공되는
말 그대로 자연의 무한 순환이 이뤄집니다.
테라리움을 집에 들이신 분들 중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알게 된 후로
'물을 전 혀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아가고 괜찮다더라'
라고 생각하며 완전 방치하시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하지만
너무 햇빛이 강하거나
유리용기 속 습도가 과하거나 하면
작은 생태계가 어느 순간 파괴될 수 있기에
적당한 간접광 혹은 반음지에 두거나
유리용기에 물방울이 너무 많이 맺혀있으면
어느정도 마를 때까지 뚜껑을 열어두고
습도조절이 되면 다시 닫아두는 식의
어느 정도 관리는 필요합니다.
이끼류 말고 다른 식물도 함께 식재되어있다면
낙엽들도 눈에 보일때마다 치워줘야합니다.
자연히 거름이 되겠거니 하고 놔뒀다간
곰팡이가 생기거나 썩을 수 있으니까요.
너무 건조한 환경인 경우에는
약간의 물 스프레이도 필요합니다.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도 비교적 관리하기 수월하다고 하니 흔쾌히 들여가셨다가
미이라를 만들어서 허둥지둥 데려오시는 분들도 종종 계셨지요.
여하튼,
테라리움은 비교적 깔끔하게 키울 수 있는
참 예쁘고 좋은 실내용 화분인데요.
이것도 밀폐형과 개방형의
두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밀폐형 테라리움입니다.
이런 식으로 환기를 위해서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저는 주로 비단이끼 라는
뽀송뽀송하고 보들보들한 느낌의 이끼를
테라리움에 사용하곤 합니다.
이끼만 넣어도 다른 돌멩이나 자갈,
미니 피규어 등으로 장식해두면
깔끔하고 보기 좋지만,
이번에는 천냥금과 피토니아, 콩자개를
살짝 함께 식재해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깔끔하게
비단이끼만 넣는 걸 선호하지만
18개월짜리 아기가 붉은색 계통을 좋아해서
추가로 넣어보았습니다.
남자는 핑크_라는 고집이 있는 녀석을 위해
한달 전에 들여온 핑크 아악무를 넣어줄까 했지만
낙엽이 잘 지는 녀석이고
햇빛을 봐야 예뻐지는 아이라 패스했습니다.
조만간 호랑이랑 기린같은
장식용 동물 피규어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내 곁의 작은 동물정원 컨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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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인 개방형 테라리움 입니다.
폐쇄형과 달리 뚜껑이 없기 때문에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물 스프레이를 적당히
종종 뿌려주어야 합니다.
뚜껑이 없기에
좀 더 키가 큰 식물도 가능하지요.
왠지 식물로 디자인할때엔
옛스러움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넣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작은 옹기들과 꼬꼬 피규어를
함께 넣어서 꾸며보았습니다.
시골집에 있을법한 마당 풍경 컨셉입니다.
또다른 개방형 테라리움 디자인입니다.
아담한 전원주택과 계단 등등
미니 피규어들로 작은 풍경을 그려보았습니다.
자리차지를 많이 하지 않아서
사무용 책상이나 식탁 등등
어디에든 올려두고 구경하기 편한
심플한 개방형 테라리움입니다.
아래쪽에 수태(물이끼)를 깔아둬서
보습 효과도 좋답니다.
그냥 화분에 심어둬도 예쁘지만
이렇게 투명한 유리 테라리움 방식도
곧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서
시원하고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주문제작식 테라리움도 많지만
DIY 제품도 온라인상에 많이 올라와있더라구요.
저도 코로나때 살아남기위해(ㅋ)
DIY 제품을 여러가지 판매했었지만
하나하나 재료들을 포장하는 것이
완제품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신경쓰이고 힘들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새삼스레 그로로팟 패키지는
정말이지 엄청난 제품입니다(!!!!)
실용성과 디자인 등등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최고의 DIY 전용(?) 패키지!!!
심지어 이게 무료...........
저는 그로로를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그러실듯 합니다.
그로로안에서 모두들 크고작은 행복감을
하루하루 알차게 느끼시길 바랍니다.
URang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린 식집사이자 식물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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