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5형제 엄마가 되었다고 글을 쓴지 얼마나 흘렀을까.
한녀석은 모자를 벗겨주려다 모가지가 댕강 날아갔고
두녀석은 모자를 못벗은채로 "그대로 멈춰라!".
베란다에 갈때면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맘껏 행복해하고, 다육이들을 보며 평안해하고,
백묘국이나 라벤다처럼 큰형님들을 보며 든든해하다
방울토마토존을 보면 화가난다.
각자 자라는 속도가 있는 법인데 뭐 화까지 나냐고
묻는다면 내가 전형적인(?) 한국인이라고 말도안되는
핑계를 대고 싶다. 속터져. 답답해. 울화통. 3총사.
그래도 이런 식집사의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순간
방댕이1호가 자라기 시작했다. 본잎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어엿한 꼬꼬마 방울토마토의 모습을 갖춘것이다.
내가 무려 3월 29일에 파종했으니
흐른시간을 생각하면(한달하고도 5일)
이게 자란건가 싶지만, 황당하게도 10개의 씨앗중에
겨우 2개 살렸고(모자벗은애들은 이미 죽은걸로 간주)
그중에 가장 많이 자란게 이 모습이다.
내가 이렇게 식물을 대하면서 시니컬한 사람은 아닌데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는 기분이다. 이렇게라도 커주었으니
고맙고 기뻐해야하는데 왜이렇게 자꾸 화만나는걸까.
이 또한 욕심이겠지. 욕심으로 마음이 엉망진창 된 김에
오늘 더 욕심을 부려보았다. 영양제 7-8알을 뿌린것이다.
조금 빠른듯 하지만, 이 또한 너의 운명에 맡겨보겠다.
부스터가 되던가, 독이 되던가, 너의 생명력에 달렸다.
얘는 방울이 1호. 이제 겨우 본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깊숙한곳에서 고개를 들어서그런지 본잎이 나왔는데도
여전히 파묻혀있는 느낌이다. 살짝 주변을 파줄까 싶다가도
이 또한 너의 운명이니 알아서 커보아라. 하는 마음으로
방관하는 중. 그래도 물과 햇볕은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다.
애초에 방울토마토라는 존재와의 첫 만남이
어그러지지 않았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그로로팟 4기를 신청하면서 썼지만,
나는 이미 방울토마토를 두번이나 실패했었다.
한번은 모종으로, 한번은 무려 꽃이 핀 모종으로.
우리집 베란다에서 늘 방울토마토는 죽어갔다.
강낭콩도, 당근도, 배추도, 상추도 몇번의 수확을 거치는동안
방울토마토는 늘 죽었다. 죽거나 모습이 기괴해져만 갔다.
그럼에도 미련을 놓지 못하고 방울토마토를 신청했는데
선택에 따르는 책임감이 너무 무거워 화가난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혀야지.
방댕이와 방울이가 크고있으니까.
그림일기를 펼쳤다.
자석처럼 아이들이 몰려왔다.
자기들이 그리고 자기들이 불러주는대로 써주니
플록스만큼 환한 미소를 보여준다.
그래, 이거면 됐지. 방댕이 힘내라. 방울이는 두배로.
파초청녀
커피를 사랑하고, 환경지키는것에 관심이 많으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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