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유한 식물누나입니다. 저는 가정의 달, 연말연시 등 의무적으로라도 즐거워야 하고 서로 다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이상하게 더 기분이 가라앉더라고요. 연휴동안 집콕하며 꽤나 우중충한 기분으로 보냈답니다. 그래도 어둡게 가라앉은 내면을 지탱해주는 건 역시 식물이었네요!
날 잡고 해야지... 미루고 미뤘던 토마토와 가지 분갈이를 연휴동안 해치웠답니다. 아직 뿌탈(뿌리탈출)하지는 않았지만, 채소는 원래 뿌리보다는 잎, 줄기 같은 지상부 발달에 집중을 하더라고요. 작은 포트에 심긴 토마토 모종들의 잎이 서로 부딪혀 무척 복작복작해진 모습이었어요.
따로따로 심어줄까 하다가 엘호 플라스틱 화분을 활용해보기로 합니다. 적층식이라 쌓아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하단부가 빛을 적게 받을 것 같아서 분리해서 사용해볼게요.
아무리 작게 개량한 아이들이라 해도 토마토와 가지는 크게 자란다는 소문을 들어서 한 화분에 3개의 모종만 여유있게 심어주기로 합니다.
화분이 크니 흙도 많이 들어가네요. 특별한 배합 레시피는 없고요, 일반 상토와 비료성분이 든 분갈이흙을 1:1 정도 비율로 찹찹 말아주고, 냄새없는 자연 퇴비와 펄라이트를 조금씩 섞어주었어요. 분갈이할 때 가장 신경쓰는 것이 배수인데, 분갈이 후에 물을 줘보니 물빠짐은 잘 되더라고요.
먼지 날리는 게 싫어서 베란다에 쪼그려 앉아 분갈이했네요. 바닥에 신문지를 까는 대신 넓은 과일박스 위에 과일 보호 시트를 깔아주고 화분을 올려 분갈이하니 뒷처리도 깔끔하더라고요. 나중에 시트만 돌돌 말아 쓰레기통에 넣어주면 끝입니다!
뿌리는 대체로 잘 발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나 잔뿌리네요! 웬만하면 연탄갈이로 빠르게 분갈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특별히 엉킨 뿌리도 없고 해서 이대로 바로 심어주려고 해요.
모종 3개 심어주니 서로 간격도 확보되고 좋네요. 매년 채소 모종 심을 땐 이 화분 재활용해야겠어요! 얼마전에 유럽상추랑 바질도 이 화분에 심어주었는데 관리도 편하고 괜찮더라고요.
단독으로 심었을 때와 합식했을 때 성장을 비교해보고 싶어서 몇몇 토마토와 가지 친구들은 15cm 플라스틱 모종분에 따로 심어주었어요. 사실은 이렇게 단독으로 심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요즘은 베란다 선반 자리도 부족하고 물주는 수고를 줄여보고자 이번에는 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았어요.
분갈이 완료! 분갈이 직후에 햇빛이 잠깐 들었는데 잎이 힘없이 축 쳐지는 현상이 있더라고요. 정석대로라면 분갈이 후에 음지에 잠시 두었다 서서히 빛에 노출시키는 것이 좋대요.
* TIP. 분갈이 후엔 직접 강한 햇빛이 닿는 것을 피해주세요. 특히, 뿌리를 많이 건드렸다면 밝은 그늘에서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저는 분갈이시 뿌리 손상이 거의 없었고, 어차피 햇빛이 많이 들진 않는 동향 베란다라 강한 햇빛만 피할 수 있게 위치를 조정해주는 식으로 관리했더니 큰 탈은 없었답니다.
가지는 나름 깔맞춤으로 보라색 화분에 심어주었어요. 가지 잎이 동글동글 커져서 이제는 쌈싸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네요! 하지만, 토마토, 가지 등 가짓과 식물은 잘 익은 열매를 제외하고는 독성이 있으니 잎이나 줄기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토마토, 가지, 상추, 바질, 파 등 각종 채소와 허브가 자라는... 의도하지 않은 베란다 채소밭이 되어 버렸네요. 적환무는 동향 베란다에선 영 잘 안 자라 조만간 실무 상태로 뽑아내고 정리할 예정입니다 ㅠ.ㅠ
쑥쑥 키워 얼른 잡아먹고 한여름엔 깔끔하고 시원한 베란다 모습을 되찾기를... 그때쯤엔 복잡하고 꿀꿀한 마음의 상태도 좀 정리되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하면서 저 또 다른 씨앗 심을 준비하고 있어요 ㅎㅎ 얼마전에 선물로 망고 한 박스를 받았거든요. 씨앗이 어찌나 크고 듬직한지 안 심어볼 수가 없네요! <또 심었니? 망고 씨앗 이야기>는 다음 스토리에서 만나요!
온유한식물누나
안녕하세요? 늘 온유하게 살고 싶은 식집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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