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사상 가장 더웠던 추석을 보내고, 기분 좋은 비가 가을을 부르더니 정말 가을이 왔네요.
기분 좋은 공기와 좋은 날씨에 하늘을 날아 어디든 가고 싶지만 돈도 벌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가사노동도 해야 하는 등 해야 할 것과 해야만 할 것들 투성입니다. 그리고, 특히 가을에만 준비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아차, 홀아비냐 할 수 있겠지만 아내 또한 바쁘기에 육아와 가사를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은 제가 좀 더 하고, 주말에는 아내가 좀 더 하는 편이니 오해 마시길.
이중 식집사로써 제가 해야 할 일은 식물 돌보기를 해야 합니다. 특히, 가을에 하는 월동 준비!!
홈 가드닝에 뭔 월동준비냐 할 수 있겠지만, 협소한 공간에서 키우는 입장에서 베란다는 식물들에게 춥고, 건조할 수 있다 판단됩니다. 실내로 식물들을 옮기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네, 둘 곳이 없어요. 그래서 2개월 전부터 아주 천천히 식물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저를 위한 온실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몇 번에 걸쳐 보여드리긴 했지만 아직도 미완성인 온실은 온도가 언제 떨어질지 모를 날씨로 제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미완성인 이유 중 하나는 무언가가 자꾸 더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번 '갑자기 어항'편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지요.
지난번보다 수초가 늘어나고, 아쿠아포닉스를 가능케 하기 위해 베타라는 물고기와 우렁이를 들였고, 그러는 과정에서 생긴 달팽이들입니다. 달팽이가 수초를 갉아먹는다 하지만 이끼를 더 잘 먹고 있어서 우선은 내버려두고 있어요. 거의 무환수로 유지 중이고, 부분 환수 및 증발한 물을 채워주는 정도 관리 중입니다.
식물들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봉선화는 적지만 씨앗도 수확했고, 방울토마토는 더 이상 가망 없음을 확인하고는 정리하였습니다. 그외에도 초록별로 간 식물들도 꽤 많아졌네요.
적겨자, 바질, 파프리카 중 괜찮아 보이는 녀석들은 수경으로 꽂아 두었는데, 아직은 잘 살아 있습니다.
잘 자라준다면 이것이 저만의 '틔운'이 되지 않을까 기대 중입니다.
온실에는 식물등을 달았습니다. 정동향이라 아침 이후 햇빛이 적게 들어오기에 부족한 일조량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항에 있는 수초들도 필요하기에 일석이조라 생각됩니다. 호일로 지붕을 감싸주니 산란되던 빛이 모아지는 느낌입니다. 선선해진 날씨에 부랴부랴 김장비닐을 구해와 일부 선반을 감싸주었습니다. 아쿠아포닉스 쪽이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완전히 덮을 예정이에요. 물론 여닫기 편하게 처리해서 식물들 관리가 용이해야겠죠. 사실 물을 주는 것 또한 자동화를 할지, 습도를 위해 안개발생기를 설치할까 했지만 그거까진 너무 오바스러워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겨우내 어항 히터기로 인해 따뜻한 물이 온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관리 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모습을 형에게 보여주니 요란스럽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식물들이 잘 자라준다면 문제없습니다. 아내는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이니 알아서 하라니 또한 다행입니다.
기존 키 큰 몬스테라와 야래향은 거실로 나왔습니다. 금방 순화되어 겨울을 잘 나겠죠.
이렇게 저희 집 식물들은 어느 때보다도 요란스러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여러 '그리니'분들도 여행과 가을맞이로 분주하시더라고요.
여러분들과 모든 식물들 길지 않은 가을 잘 준비하시고, 건강한 가을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 온실 편 때는 완성된 온실과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케이지엠
책을 읽습니다 식물도 반려견도 사람도 돌봅니다. 글을 씁니다. 그림도 그립니다. 볼품없고 잡스럽지만 그냥 하나하나 해봅니다
댓글 10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