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서관에서 발견한 '어쭈구리 식물 좀 하네'라는 책을 통해 식물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에 관심이 생겨 배우고, 점점 좋아져서 식물 가게까지 오픈하고, 좋아하는 식물 여행을 다니는 저자가 부러웠다.
내가 좀 더 일찍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졌다면 나도 식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상상을 해보았다. 테라리움은 원래 관심이 있었지만 왠지 이 책을 읽고 만들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 테라리움을 만들 때 제주애기모람, 운시나타 등 포인트가 되는 식물들에 흥미를 느꼈다면, 지금은 이끼 쪽에 조금 더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포인트가 되는 식물이나 관엽식물, 꽃 등에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냥 나의 관심 있는 식물의 범위가 더욱 늘어난 것뿐이다.
이끼에 대해 알아보니 공기정화식물이라 하는 관엽식물들보다도 훨씬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리고, 이끼는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그 종류는 약 12,000종이나 된다 하니 어떠한 식물들보다도 신비롭다.
검색을 해보니 살아있는 이끼 필터를 이용한 가습기도 개발되어 판매 중이다.(판매자 아님) 또한 '동네 멋집'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김해 한옥 체험관의 일부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주었는데, 여기서 이끼를 활용한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요즘 대세가 이끼인가 보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은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꽤 오래전 '스칸디아모스'라고 인테리어 패널, 액자를 비롯해 작은 소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생각이 났다. 이제야 관심이 생겨 검색해보니 스칸디아라는 업체의 스칸디아모스라는 브랜드로 천연이끼를 보존처리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관계자 아님)
나에게는 이끼를 보존처리하는 기술도 없고, 내 집도 아니니 벽에 커다란 액자를 걸기도 애매하다. 스칸디아모스로 만들어진 소품보다 이끼 테라리움을 더 만들기로 했다.
이번에 사용할 재료는 케이스, 화산석, 분쇄된 활성탄, 배합토, 이끼, 제주애기모람으로 지난과는 다르게 만드는 좀 더 상세히 과정을 남겨 본다. 만드는 방식은 지난번과 같이 먼저 바닥에 배수를 위한 화산석, 습도조절용 활성탄, 식물 식재 및 지형을 잡아줄 배합토 순서이다.
배합토에 물을 충분히 부어 점토같이 만들어 벽면에 붙이듯 쌓아 올렸다. 물을 묻힌 휴지로 벽면을 닦아내면서 지형 부분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음은 이끼 차례이다. 이번에는 집 주변 화단에서 채집한 이끼로 모양을 보니 양지 이끼(서리 이끼)인 듯하다.
채집한 이끼는 1:50 정도로 희석한 락스 물에 약 5초간 담가 간단하게 소독하고 사용하였다.
무럭무럭 자란 제주애기모람 일부를 잘라 적정 위치에 살짝 식재해주었다. 그리고 분무와 벽면을 닦으니 완성이다.
우리 집에서는 완성된 테라리움의 위치는 역시 싱크대 위가 잘 어울린다.
이후로 15일이 지났다. 정체 모를 새싹이 나왔지만 다행히 벌레는 안 나왔다. 엄지만 한 화산석을 아랫부분에 두니 묵직함이 좀 더해지고, 산책하다 주은 마른 가느다란 나뭇가지 일부를 꽂아두니 뿌리 같은 느낌이 든다. 이끼가 자라 덮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제주애기모람은 이파리가 커지면서 잎맥이 선명해졌다.
나에게 이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산이나 계곡에서 이끼를 밟으면 미끄럽고, 어둠과 음습함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무에 드리운 이끼는 곰팡이와 함께 있다 보니 사람이 사는 공간과는 동떨어져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의 근본이 되는 강한 생명력에 감탄한다. 집안에 이끼테라리움을 보고 있으면 치유되고 회복되는 느낌이다. 집안에 숲의 정령이 함께 사는 것 같다.
케이지엠
책을 읽습니다 식물도 반려견도 사람도 돌봅니다. 글을 씁니다. 그림도 그립니다. 볼품없고 잡스럽지만 그냥 하나하나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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