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주변에 수국이 참 많이 피었다. 종종 지나다니던 동네 이웃집 정원에서도 보고, 실내에 예쁘게 장식된 화분에서도 보고, 뒷산 공원에 조성된 군락지에서도 보고, 새로 생긴 도서관 주변 화단에서도 보고. 수국 풍년이었다.
수국 품종이 많아서 그런지 꽃마다 생김새와 색깔이 달라 꽃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난 번 수국의 '진짜 꽃'에 대해 글을 올리면서 (수국 꽃잎에 숨겨진 비밀 : https://groro.co.kr/story/3613 참조) 실제 꽃은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꽃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동네 뒷산에 산책을 나섰는데 철쭉 군락지가 수국 군락지로 바뀌어 있었다. 군락지에는 수국과 산수국이 함께 심어졌는데 산수국에는 꽃이 피어 꽃을 볼 수 있었다. 붉은 꽃잎의 수국과 푸른 꽃잎의 수국을 모두 볼 수 있어서 토양마다 성질을 달리한 걸까, 애초에 저런 빛깔을 타고난 아이들일까 내심 궁금했다.
매년 봄 철쭉을 못 보는 건 아쉬웠지만 대신 여름꽃 수국을 만날 수 있으니까 못다 한 아쉬움을 달래었다. 물을 좋아해서 '수국(水菊)'인데 아직 장마가 오지않아 좋아하는 물을 흠뻑 들이키기도 전에 몇몇 꽃들이 지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몇 주 동안 외출길에 수국을 만나서 수국에 대해 찾다보니 수국과 함께 나오는 꽃이 있었다. 바로 '불두화'였다. 생김새가 수국과 비슷해서 수국과 함께 자주 언급되고 있었다.
불두화는 말 그대로 불상의 구불구불한 부처님의 머리를 닮은 꽃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부처님 머리도 닮았고 수국과도 꼭 닮았다. 수국은 6월에 피지만 불두화는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해서 5~6월에 만발한다. 불두화는 이름에 걸맞게 불교와 인연이 깊고 절에서 즐겨 심는다고 한다. 수국은 꽃의 색깔이 여럿이지만 불두화는 하얀색 꽃만 피어난다. 처음 필 때는 연초록색 빛을 띄지만 다 피어나면 눈부신 하얀 빛깔을 자랑하고 질 무렵엔 누런 빛을 띈다.
수국은 품종이 많아서 위의 사진들에서 보다시피 같은 수국 안에서도 생김새가 꽤 다르다. 그래서 어찌 보면 같은 수국들보다 불두화가 더 수국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불두화와 수국이 쉽게 구별되는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잎의 모양이다. 아래 사진에 표시해두었는데 불두화의 잎은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반면에 수국의 잎은 서로 마주 나고 달걀 모양으로 길쭉해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나있다. 아래 사진에 표시한 부분을 보면 이해가 쉬운데 나는 날씬한 깻잎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재밌는 것은 위에 올려놓은 수국 사진들을 살펴보면 꽃의 모양은 각각 달라도 잎의 모양은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갸름한 잎에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는 모양으로 말이다.

불두화가 수국보다 먼저 피어서 사실 개화시기만 잘 알고 있다면 수국과 불두화를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잎 모양만 보면 그보다 더 쉽게 구별할 수 있으니 다음에 수국과 불두화를 볼 때면 잎을 유심히 관찰해보자.
루디린
이것 저것 읽고 보고 듣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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