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유한 식물누나입니다. 오늘은 '내가 만든 작은 세상, 테라리움'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얼마전 스토리에서 본 URang 님의 테라리움들, 너무 섬세하고 예뻐서 비교될까봐 걱정이 좀 되지만, 나름의 취향과 세계를 담은 테라리움을 공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URang 님의 테라리움은 여기서 둘러보세요^^
식물 운반상자의 화려한 변신
이순신 장군에게도 다소 심드렁한 제가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은 바로 워디언 케이스를 발명한 '너새니얼 백쇼 워드' 박사입니다.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비로소 지구 반대편의 식물들이 다른 대륙에도 쉽게 전해질 수 있었죠.
물론 제국주의나 환경 파괴라는 오점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워드 박사가 순수하게 식물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마음으로 이 상자의 발전에 평생의 노력을 기울인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워드 박사는 심지어 워디언 케이스에 특허도 신청하지 않아 실제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 순수한 식물애호가이자 본업에도 충실한 의사였던 워드 박사를 너무나 존경한답니다.
잠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갔네요. 아무튼 식물 운반상자로 쓰였던 이 워디언 케이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장식용 테라리움으로 변신하여 집안의 인테리어 장식물이 되기 시작합니다. 식민지에서 착취해온 귀한 고사리나 열대식물들이 이 테라리움 안에 자리잡아 부와 취향을 뽐내는 오브제로 떠올랐죠.
워드 박사에 대한 존경을 담아 멋진 테라리움을 제작해보고 싶었지만 취향도 그리 고급스럽지 못하고 손재주가 부족한 관계로 소박한 테라리움이나마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식구를 늘려가고 있어요.
관리가 쉬운 개방형 테라리움
테라리움은 크게 뚜껑이 있는 유리 용기에 조성하는 밀폐형과 오픈된 유리 용기로 만드는 개방형 테라리움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물을 넣어 만드는 아쿠아 테라리움도 있죠. 워디언 케이스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건 밀폐형이겠지만, 저는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개방형을 주로 만들고 있어요.
테라리움 유리용기 선택법
유리용기는 길쭉한 것부터 나지막한 수반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특히 키높은 유리 용기는 식재하기는 까다롭지만 선인장 등 가시가 위험한 식물을 실내에서 안전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습도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이건 사막처럼 연출해본 선인장 테라리움입니다. 여러 식물 종류를 함께 합식하고 돌, 나뭇가지 등 자연물을 더해 재미있게 연출해보고 싶은 분들께는 이렇게 오픈된 수반 형태의 용기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규어도 살짝 올려놓을 수 있고요.
다육부터 에어플랜트까지
이렇게까지 오픈된 형태를 테라리움에 포함시키는 건 조금 망설여지지만, 작은 식물세계라고 본다면 이 아이도 포함이 될 것 같네요. 틸란드시아 친구들을 키우는 에어플랜트 테라리움입니다. 아이와 매년 바다에서 주워온 추억 가득 조개, 소라 껍데기들과 함께 키우고 있어요.
식물은 욕심내지 않기
피라미드 형태의 테라리움 용기는 제 애장품입니다. 10년 넘게 써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구성 식물은 한번씩 바꿔가며 기분전환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자태양 선인장이랑 틸란드시아, 디시디아를 활용해보았어요.
식물은 너무 빽빽하게 배치하면 나중에 유지관리가 힘들어요. 처음엔 조금 허전해보이더라도 자라는 형태와 크기를 생각해 여유있게 배치하는 것이 좋아요. 아니면 가지치기, 솎아내기 등 유지관리 노력이 소모적일 수 있습니다.
참 쉬운 테라리움 관리법
테라리움은 기본적으로 배수층을 만들어준 다음 식물을 식재해주는데요, 제 경험으로 보면 굳이 배수층을 만들지 않아도 상관은 없더라고요. 다만, 어느 방법이든 바닥에 물이 오래 고여있지 않도록 물주기에 신경 써주는 것이 좋아요.
물은 분무기로 뿌리는 것보다는 스포이드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 물때를 방지하고 깔끔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스포이드로는 테라리움 구석구석 물을 줄 수 있고, 물의 양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모래나 먼지는 붓을 활용해 샥샥 털어주면 깔끔해요. 식재할 때, 관리할 때 붓은 언제나 유용하게 쓰인답니다. 아이가 미술 시간에 쓰던 낡은 붓이나 화장붓 정도면 충분해요. 괜히 장비빨 세울 필요없더라고요.
그리고 밀폐형 테라리움은 용기 뚜껑을 하루 한 번 정도 열어주어 환기시키고 있어요. 원래 테라리움의 기본 원리로 말하자면 환기가 굳이 필요없다는 게 정설이지만,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응결현상 때문에 병 안을 관찰하기가 좋지 않아서 저는 하루 한 번은 뚜껑을 열어줍니다.
마지막으로 이끼로 만든 테라리움은 은은하게 밝은 그늘에 두고 키우는 것이 좋더라고요. 이끼를 병 입구 쪽에 배치해야 습도 유지에 유리한 병 안쪽으로 번져 나가기 때문에 뒤쪽은 비워두고 배치해보았습니다. 이끼는 촉촉하고 습습한 환경을 좋아하니 선인장이나 다육식물과는 함께 심지 말아주세요.
내가 만드는 작은 세계
이렇게 오늘은 내가 만든 작은 세계, 여러가지 테라리움과 관리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스파게티병, 쥬스병 등 재활용 용기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테라리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는 요즘 세상에 나의 취향과 세계관을 오롯이 담은 나만의 작은 세상을 구축해보면 어떨까요?
온유한식물누나
안녕하세요? 늘 온유하게 살고 싶은 식집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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