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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현실
Co2n24. 02. 26 · 읽음 114

 

아쉽게도 꿈에 그리던 두 번째 인생이라는 것은 없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따뜻하고 포근한 집에 아침 햇살을 맞으며 주인에게 사랑의 스프레이를 잔뜩 받는 그런 인생 말이다)
부부는 나를 처음 선물 받았던 그날 이후로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다.

 

너무 바쁜 현대인의 삶.

부부는 너무 바빴다. 그러니까 나를 돌봐주는 것은 둘째치고 자신들의 삶에서조차 여유가 없을 만큼 바빴다.

나로서는 정말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리고 그렇게 쫓기듯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인데 말이다.

아무튼, 부부는 나를 집안 한 쪽 구석에 잘 모셔두고 매일 같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있었던 곳이다!

왜 내가 구석(?)이라고 표현했는지 알겠지?

 

언뜻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 같지만 그것은 순전히 인간들의 기준에서였다.

그들의 미적 관점으로 보기에 주변의 소품들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 노!!

 

환기도 안되고 햇빛도 그다지 잘 들어오지 않는 그런 곳에 있었다. 한 마디로 나에게는 전혀 배려가 없는 위치였다.

 

나중에 여자가 내가 고백했지만 사실 그때는 식집사로서 지식과 경험이 정말 부족했기 때문에 물만 잘 주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와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고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때 물도 챙겨주지 않을 때는 정말 섭섭했다.

(아니! 자기들은 꼬박꼬박 삼시 세끼 챙겨 먹으면서 2-3일에 한 끼 챙겨주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요!!)

사실 그때 나는 이름도 없는 그냥 묘목이었다.

(다음번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이 집에 들어오고 몇 년 동안이나 이름 없는 묘목으로 살았다. 생각하니까 갑자기 또 열이 올라온다!! 아니 이름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말이 되냐고!!!)

 

아무튼, 나는 나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을 줄 때는 최대한 뿌리에 저장을 해두고, 나름대로 생존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해가 들어오는 낮에는 최대한 햇빛 쪽으로 나뭇잎을 뻗어서 광합성을 하려고 했고, 

가끔씩 환기를 해 줄 때 크게 호흡하면서 온몸 구석구석이 순환되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새로운 집에서의 나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곧 다가올 "고난의 4년"에 대해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다음 편은 내일 오픈 됩니다>>

 

 

12살 베니의 고군분투 성장일기!!

 

 

*녹보수베니이야기는 매주 월, 화 연재됩니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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