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사랑받는다는 것은
Co2n24. 03. 04 · 읽음 57

 

1년 후, 부부와 나는 또 한 번의 이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생애 처음으로 분갈이를 했다.

이제 나는 부부의 삶에 일부가 되었고, 부부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매일 나의 안부를 물어봐 주었다. 아침이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혹시라도 기운이 없어 보이면 영양제를 사다 주곤 했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묻고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것.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여기에서 뿌리를 내리고 오래오래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새싹이 모습을 드러냈고,

다음에는 마디마디 줄기를 타고 또 새로운 새싹들이 자라났다.

 

나의 성장을 보며 부부는 또 한 번의 분갈이를 했다.

 

크기는 비슷하지만 좀 더 영양분이 풍부한 양질의 토양으로 나를 옮겨 준 것이다.

그들은 이때 처음으로 '좋은 흙' 그러니까 좋은 영양분이 담긴 토양이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고 했다.

 

나는 좋은 흙도 좋았지만 이렇게 나의 작은 성장에도 함께 기뻐하고 어떻게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부부의 노력이 더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우리가 점점 더 끈끈한 가족이 되어간다는 이 기분 자체가 너무도 행복하고 좋았다.

 

 

 

나는 이 행복을 부부에게도 꼭 전하고 싶었다.

 

 

 

뽕긋!!

 

그리고 어느 휴일 아침, 

나의 첫 번째 선물을 부부에게 주었다.

 

 

부부는 나의 줄기가 "봉긋" 하고 솟아오른 모습을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부부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

 

나는 이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부부는 행복해하고, 덕분에 그들의 삶에 용기와 희망이 생기고...

이런 선순환이 너무 뿌듯하고 좋았다.

 

나는 매일매일 온통 성장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부부를 더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안전하게 뿌리도 많이 내렸고, 영양이 풍부한 토양도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제대로 된 한 번의 기회가 온다면 정말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

 

 

내가 하루하루 성장하듯이 부부의 삶도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우리의 삶은 점점 닮아갔다.

마치 운명 공동체처럼.

남자는 회사에서 점점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맡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좋은 성과로 보상과 승진을 이어갔다.

 

덕분에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나는 이번에야말로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새로운 집은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정남향의 4층이었고, 주변에 햇빛을 가리는 그 어떤 방해물도 없었다. 무엇보다 건물이 바람길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환기와 통풍이 너무 좋았다. 나는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직 성장에 집중했다.

 

 

 

부부는 매일 퇴근 후 나를 돌보며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이야기했다. 드디어 나는 부부에게 기쁨이자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아! 이 순간을 얼마나 꿈꿔 왔던가... 나도 이제 드디어 부부에게 보답을 하는구나!)

 

 

우리는 매일 모든 것에 감사했다.

이 온기가 가득한 집과 서로가 가족이 되어준 우리 모두에게 감사했다. 힘든 고비를 잘 넘겨준 나에게도 너무 감사했고, 부부도 서로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렇게 사랑과 온기가 가득한 우리의 겨울이 또 한 번 지나가고 있었다.

 

추운 날씨가 포근하게 느껴졌던 첫 번째 겨울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12살 베니의 고군분투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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